1998년 6월호(VENTURE BUSINESS)
1998년 6월호 VENTURE BUSINESS
(주)현정시스템
남들이 만드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불경기를 뚫고 있는 업체가 있다.
하지만 생산 시설은 없다. 오직 롬 애뮬레이터, 센서 시험 장비 등 첨단 전자 제품의 개발에 전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만들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 현정시스템이 내세우는 모토다. 이 업체가 개발하는 제품으로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입력하는 롬 애뮬레이터를 비롯 로직 애널라이저, 센서 시험 장비 등 생소한 제품들이 많다. 이 제품들은 연구소나 생산 현장 등에서 사용되는 것들로, 국내에는 생산이 되지 않거나, 생산 업체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 제품들은 주로 수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즉 이 회사는 남들이 만들지 않는 상품을 개발해 수입 대체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10억 날리고 부인과 단둘이서 다시 시작하다.
현정시스템의 김현승 사장은 현대전자 연구소에 있다가, 덩업의 형태로 창업을 했었더, 하지만 10억 원이나 되는 자금을 날려 버리는 쓰라린 실패를 맛봐야 했다. 그 후 3년간 컴퓨터 업체에서 프리랜서로서 기술 영업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창업을 시도한다. 대학 때부터 품어 온 창업의 꿈을 한 번의 실패로서 묻어 둘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부인과 단둘이서 시작했다. 기술 영업을 하면서 모은 얼마간의 자금으로 롬 애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프로그램을 하드웨어에서 넣어 주는 장치로, 연구·개발·생산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장비이면서도 국내 시장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도 월 1만개 이상 판매되는 효자 상품이다.
롬 애뮬레이터 이후 더블컨버터, 이러이저, 센서 시험 장비, 이동 기지국 중계기, 이동 통신 관련 필터, 무선 관련 시스템 등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았다. 마사지기 등 의료 관련 전자 제품도 개발하여 상당수 납품하기도 하였다. 꾸준하게 제품 개발에 몰두한 가운데 매년 최소 2백%에서 6백%까지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 왔다.
현정시스템의 제품 개발은 전문화·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양바퀴 위에서 굴러간다. 지금까지 개발한 상품은 총 70여가지 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도 월 1개꼴로 신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통한 저가격 정책으로 나오는 대기업과 대항하기 위해서는 남이 만들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단,ㄴ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전자 제품으로의 전문화에 전력하는 것 역시 한 우물을 통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작년에 개발한 「비디오센더」라는 제품은 제조 업체나 연구소만이 아니고 대중 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첫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VCR, CCTV, 위성 방송 수신기 등에 잡힌 영상과 오디오를 TV, 스피커, 모니터 등 원하는 출력 장치로 보내준다. 4개의 채널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무선(無線)이다. 이 제품을 설치하면, 2층에 있는 위성 수신기를 통해 1층의 TV에서도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키퍼(KEEPER)」라는 보안 시스템을 출시했다. 인체 감지, 도어 열림감지, 화재·가스 누출 감지 등 여러 가지 감지 센서를 총 81개까지 설치 할 수 있어서 가정이나 사무실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총 5개의 채널로 연락을 해준다.
"이 제품은 외국에서는 동종 제품이 2백 달러 이하가 없는 반면, 1백20달러로 수출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김현승 사장의 얘기다.
현재 미국·홍콩·일본·브라질 등의 나라에서 수입 문의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어「키퍼」를 통해 올해 50억원의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액은 30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백억원은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직원들도 백만 장자가 되어야죠"
이 회사는 제품 디자인에도 매우 신경을 쓴다. 온갖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디자인이 갖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그에 부응해 개발과정에서 디자인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달에 출시되는 「텔콘 스테이션」이라는 제품은 마치 우주선을 방불케한다. 전화선을 통해 여러명이 동시에 깨끗한 음질 상태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이 제품은, 김사장이 태극기의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KIDP(한국디자인산업진흥원)에 의뢰해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개발은 많이 하지만 생산 시설은 갖고 있지 않다. 생산은 하청 업체에 맡긴다. 그것은 전문화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전문적으로 개발을 하고 생산은 전문 생산 업체에 맡긴다는 것이다.
코스닥에는 회사 매출이 1천억원이 되기 전에는 득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누가 봐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 전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그 동안 자신은 물론 직원들이 흘린 땀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사의 지분 중 30%이상이 직원들에게 분배되어 있다. 올해는 15%의 임금이 인상되었다.
"매년마다 직원들에게 0.5∼1%정도의 지분을 나누어 주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죠. 벤처 기업으로 성공한 백만 장자가 나와 부러움을 사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5년 이내에 우리 직원들 각자가 어느 정도의 부를 움켜쥘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